여드름 원인, 세안과 화장품에 있을까 - 세안과 제품 편

지난 글에서 각질이 모공 입구를 막는 이유를 살펴봤어요. 호르몬, 문지르기, 담배 연기와 먼지가 각질을 많이 만들고 서로 붙게 한다고 했죠.

이번에는 우리가 매일 손으로 하는 일을 볼 차례예요. 세안하고, 바르고, 머리에 무언가를 얹는 일이요. 피부를 위해 하는 이 습관들이 오히려 모공 입구를 막는 쪽으로 기울 수도 있을까요?

모공을 작은 배수구라고 생각해 볼게요. 안에서는 피지와 각질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세안은 그 배수구 입구를 청소하는 일이에요. 청소를 안 하면 막히겠지만, 너무 세게 닦거나 엉뚱한 걸 자꾸 부어도 막힙니다.

청소를 많이 하면 덜 막힐까?

여드름이 나면 세안 횟수부터 늘리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남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에서 하루 1회, 2회, 4회 세안을 비교했더니 세 그룹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어요(Choi 2006). 2회 그룹에서만 면포가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배수구를 하루에 네 번 닦는다고 네 배 깨끗해지지는 않는다는 거죠. 오히려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면 배수구 벽에 흠집이 납니다.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피부는 자꾸 문질러지면 스스로를 지키려고 각질을 더 쌓아요. 매일 하는 스크럽이나 필링이 막힌 입구를 뚫기보다 각질을 더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물 온도도 볼 만해요. 질병관리청은 체온이 1도 오르면 피지 분비가 약 10% 는다고 설명해요. 뜨거운 물로 오래 씻는 습관이 배수구로 흘러드는 기름 양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미지근한 물이면 충분해요.

매일 붓는 것이 많아지면

두 번째는 세안 뒤에 바르는 것들이에요. 국내에서 539명을 조사한 연구가 있어요(Suh 2021). 피부과 약을 써도 여드름이 잘 가라앉지 않던 사람들 중 38%가 화장품 때문에 나빠졌다고 답했어요. 이 사람들은 이중세안을 하고 쓰는 제품 수가 많은 편이었다고 해요.

배수구에 매일 이것저것 붓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토너, 세럼, 크림, 선크림, 파운데이션, 그걸 지우는 클렌징 오일까지요. 하나하나는 순해도 겹겹이 쌓이면 입구에 남는 것이 생깁니다.

다만 이건 설문 조사라서 화장품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제품이 많고 이중세안을 할수록 나빠졌다는 응답과 관련이 있었다는 정도로 읽으면 됩니다.

위층에서 흘러내리는 기름

세 번째는 의외로 얼굴이 아닌 곳에서 와요. 머리에 바르는 왁스, 포마드, 헤어 오일이요. 머리카락에 바른 기름은 땀이나 베개, 앞머리를 타고 이마와 헤어라인으로 내려옵니다. 위층에서 흘러내린 기름이 아래층 배수구를 막는 셈이에요.

이걸 포마드 여드름이라고 부르는데, 임상에서 오래전부터 기술돼 온 모습이에요. 비코메도제닉 헤어케어 제품을 8주 쓰게 한 연구도 하나 있어요(Rubin 2021). 다만 비교 그룹 없이 한 그룹만 본 연구라서 근거는 아직 얇아요. 이마와 헤어라인에만 유독 올라온다면, 앞머리가 이마에 닿는지와 헤어 제품을 쓰는지 한번 돌아볼 만해요.

세 습관 모두 근거는 약한 편이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과세안, 화장품 가짓수와 이중세안, 헤어 제품은 모두 근거가 약한 쪽에 들어가요. 큰 무작위시험이 거의 없고 조사나 작은 연구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이걸 끊으면 여드름이 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이 영역에는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유전이나 호르몬과 달리 내일 아침부터 바로 바꿔 볼 수 있다는 거예요.

  1. 세안은 하루 두 번, 미지근한 물로
  2. 스크럽과 필링은 잠시 쉬기
  3. 바르는 제품은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
  4. 헤어 제품은 이마에 닿지 않게

몇 주 해 보고 달라지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내 배수구가 어디서 막히는지 단서가 됩니다 🔥

물론 모든 여드름이 세면대 앞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에요. 같은 사람이라도 식습관이나 생활 리듬, 먹는 약 쪽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수 있어요. 갑자기 심해졌거나 결절이 많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걸 권해요.

내 배수구를 막는 게 세안과 제품 쪽인지 다른 영역인지 궁금하다면, 앵그리 푸쿠의 여드름 원인 리포트로 7개 영역을 한 번에 견주어 볼 수 있어요.

참고한 논문

  1. Choi 2006 (2006)
  2. Suh 2021 (2021)
  3. Rubin 2021 (2021)
  4.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여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