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이 뭉치는 이유 - 모공 입구는 왜 막히는가

지난 글에서 우리는 여드름이 생기게 되는 과정을 함께 살펴봤어요.

막힌 모공 안에서 여드름균 vs. 면역세포 간의 전쟁의 결과가 빨갛게 올라오는 염증이었죠.

그렇다면 모공 입구는 도대체 왜 막히게 되는 걸까요? 범인은 바로 '각질'입니다.

모공 속 각질이 빠져나가는 흐름 세 컷. 1: 모공 바닥에서 새 세포가 만들어지고 다 쓴 세포가 각질이 되어 위로 올라간다. 2: 각질이 피지에 실려 모공 밖으로 나간다. 3: 세안 거품과 물방울이 모공 입구의 각질과 피지를 씻어 낸다.

모공 안쪽 벽은 우리 피부의 일부예요. 그래서 피부 겉면처럼 새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고, 다 쓴 세포는 각질이 되어 한 장씩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떨어진 각질은 모공 밖으로 흘러나오는 피지에 실려서 함께 빠져나가요. 그리고 세안을 할 때 씻겨 나가죠. 만들어지는 만큼 빠져나가니까 모공 입구는 늘 열려 있게 됩니다.

이 상태만 계속 유지된다면 우리는 여드름 걱정 없이 깨끗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인생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죠? 우리는 때때로 평화로운 이 흐름을 방해하는 두 가지의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상황 1. 각질이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

각질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만들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면,

빠져나가는 각질의 수보다 만들어지는 각질의 수가 훨씬 많다면,

미처 다 나가지 못한 각질이 모공 입구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각질이 만들어지는 속도 비교. 비포: 각질이 만들어지는 만큼 모공 밖으로 빠져나간다. 애프터: 각질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빨리 만들어져 모공을 가득 채운다.

상황 2. 각질끼리 서로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

원래 각질 세포들은 작은 단추 같은 연결 고리로 서로 붙어 있어요. 평소에는 때가 되면 이 단추가 풀리면서 한 장씩 떨어져 나가요. 그런데 이 단추가 잘 풀리지 않으면 각질들이 서로 붙은 채로 남아 덩어리가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피지가 이 일에도 관여한다는 거예요. 피지 속에는 '리놀레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각질이 제대로 떨어지도록 돕는 성분이에요.

그런데 피지가 너무 많이 나오면 피지 속 리놀레산의 비율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연구자들은 이 때문에 모공 입구의 각질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많이 만들어진 각질이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않으면, 모공 입구에 작은 마개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각질끼리 붙는 연결 고리 비교. 비포: 연결 고리가 풀려 각질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간다. 애프터: 연결 고리가 풀리지 않은 각질 덩어리가 모공 입구를 막는다.

그렇다면 각질은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왜 서로 붙어 버리는 걸까요?

연구에서 꼽는 대표적인 이유 세 가지를 볼게요.

각질이 많아지는 이유 세 컷. 1: 호르몬 신호를 받아 모공 벽 세포와 피지샘이 바빠진다. 2: 마스크가 피부를 문질러 각질이 쌓인다. 3: 담배 연기와 먼지가 피부를 자극해 각질이 쌓인다.

1. 호르몬

우리 몸에는 "세포를 더 만들어라" 하고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들이 있어요. 사춘기에 키가 크고 몸이 자라는 것도 이런 신호들을 받아 세포들이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신호는 모공 벽에도 전해집니다. 그래서 모공 벽 세포도 덩달아 빨리 만들어지고, 각질이 많아지게 되죠.

뿐만 아니라 피지샘 역시도 그러한 신호를 받아 피지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피지가 많아지면 각질이 잘 떨어지지 않게 되니까, 호르몬은 사실상 모공을 막는 두 가지 원인 모두에 영향을 끼치는 셈입니다.

2. 문지르기

손바닥이나 발뒤꿈치처럼 자주 쓸리는 곳에는 굳은살이 생기죠? 사실 이러한 굳은살들은 피부가 스스로를 지키려고 각질을 두껍게 쌓은 결과인데요.

얼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가 계속 닿는 볼과 턱에서는 각질이 쌓인 모공이 더 많았다는 연구가 있어요. 그래서 자꾸 문지르면 각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3. 담배 연기와 먼지

담배 연기나 오염된 공기 속 물질들은 피부를 자극해서 각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재촉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결국 정리해보자면,

  1. 호르몬적인 신호, 계속 문질러지는 자극, 오염된 공기 혹은 담배 연기 등으로 인해
  2. 많이 만들어진 각질이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않으면서 모공을 막게 되고
  3. 막힌 모공 내 여드름균과 면역 세포들이 서로 전쟁을 하면서 생긴 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갛게 올라온 여드름이네요.

그렇다면 피지와 각질이 모공 밖으로 순탄하게 잘 흘러가는 흐름을 유지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이 각질 관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참고한 논문

  1. Role of hormones in acne vulgaris (2011)
  2. Sex hormones and acne (2017)
  3. A multimodal approach to acne mechanica associated to medical face masks … (2025)
  4. Chloracne and Hyperpigmentation Caused by Exposure to Hazardous Aryl Hydrocarbon Receptor Ligands (2019)
  5. Cigarette smoke-induced interleukin-1 alpha may be involved in the pathogenesis of adult acne (2014)
  6. Comedogenesis: some new aetiological, clinical and therapeutic strategies (2000)
  7. Essential fatty acids and acne (1986)
  8. Dilutional effect of increased sebaceous gland activity on the proportion of linoleic acid … (1986)
  9. Modeling acne in vitro (1996)